2020년도 필름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려고 대여 필름카메라를 두 대 구매했다. 필름카메라로 라이카를 빌려주기에는 너무 소중한 바디라, 조금 덜(?) 부담스러운 카메라 두대를 영입했다. 첫 번째는 Pentax MX 이고, 두 번째 녀석이 Canon AE-1 Program이다. 펜탁스의 경우 완전 수동 카메라이지만, 캐논의 경우 Program 모드가 지원된다 즉, 완전 자동모드가 지원된다. 필름을 넣고 감도를 수동으로 맞추어 두고 초점만 수동조작하면 나머지는 모두 자동으로 카메라가 계산한다.
원 데이 클래스로는 수동 카메라를 기준으로 강의를 할 것이기 때문에, 수동으로 설정하고 사용하게 하면 된다. 하지만, 정 급하면 자동 모드에 두고 막(?) 찍어도 된다는 장점도 있다.
그런데, 사실 몸값이 비싼 코닥 포트라 400 필름을 넣으면 Program 모드가 정확하지 않아 망사(망친 사진)이 찍히면 어쩌나 고민이 되었다. 어제 필름 현상/스캔 결과를 받아보고 이 걱정이 쓸데없는 기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수동으로 찍은 사진이나, 자동으로 찍은 사진이나 모두 잘 나왔기 때문이다.

Canon AE-1 은 Program 모드를 지원해서 그런지 다른 수동 카메라와는 노출계를 읽는 방법이 조금 다르다. 다른 카메라의 경우 사진을 찍을 때, 노출이 오버되면 왼쪽으로 화살표가 노출이 언더가 되면 오른쪽으로 화살표가 나온다. ▶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노출이 정확히 맞으면 ● 이렇게 동그란 표시가 나온다. 보통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Canon AE-1 Program 필카는 이런 표시 대신 적정 노출의 조리개값이 나온다. 예를 들어 내가 F/2로 찍으려 하는데, F/2.8표시가 나오면 한스탑 노출이 오버되었다는 뜻이다.
물론, A 모드도 지원된다 셔터스피드를 Program 다이얼 표시로 두고 찍으면 셔터스피드를 조리개에 맞추어 자동으로 계산한다. 또한 Shutter 우선 모드도 지원된다. 조리개를 A 로 맞추고 셔터를 원하는 대로 바꾸면 된다. 필름 카메라치고는 상당히 고급(?) 기능이 들어있는 셈이다.
테스트를 목적으로 포트라 400 필름을 로딩하고 일상을 빠르게 담아 보았다.

비교적 강한 역광에서 (그리고 무척 어두운 실내에서) 찍어 보았다. 생각보다 노출계가 정확하다. 그리고 렌즈의 결과도 마음에 든다. 가죽 의자 질감이 잘 느껴진다.

얼마 전 지인과 만나 찍은 장비 사진. 내게도 Leica MP 새 제품과, 새 제품 못지않게 상태가 좋은 Leica M7 a la carte 필름 카메라가 있지만, 지인의 Leica M6가 왜 이리 부러운지, 필카에 대한 욕심이 정말 끝이 없다.

내가 광화문 테라로사를 가면 꼭 찍는 사진이다. 무심한 듯 쌓아둔 책도 멋지지만, Brunch를 만들고 있는 직원의 뒷모습도 참 멋있다. 이 장면 역시 어두워 1/30 초로 찍은 사진이다. 미러 때문에 1/30초에서 흔들리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면 찍었지만 결과가 깔끔하게 나왔다.


종로 거리를 걷다가 흥미로운 벽화, 흥미로운 창을 담아 보았다.

잠시 다리를 쉬기 위해 멈춘 카페. 쿠키가 빤히 보는 것 같아 담아 보았다. 귀엽기도 하고 살짝 소름 끼치기도 한다.

SLR 카메라답게 근접해서 찍을 수 있어 카페 실내에 있는 꽃도 척척 담을 수 있다.

나를 노려보고 있던 쿠키를 무시할 수 없어 결국 구매.

캐논 AE-1 프로그램 필름 카메라는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선물해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화살표로 표시해주는 노출계를 좋아해서 적정 노출의 조리개 수치가 표시되는 것이 조금 성가셨지만, 이 또한 금방 적응이 된다.
완전 수동 필름 카메라가 두려운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너무 두려울 땐 자동모드로 찍고, 노출 연습을 하고 싶을 땐 언제든 수동모드로 찍을 수 있다. 올해 필름 카메라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종종 하려고 한다. 다만, 수동 필름 카메라가 없는 사람도 맛보기(?)를 할 수 있도록 대여 카메라를 두 대 더 구매해 두었는데, 둘 다 직접 사용해보니 상태가 너무 좋아 다행이다. 이제 수업 준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