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혹은 일반 카메라에서 M 매뉴얼 모드 정복하기

*Disclaimer

먼저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 보통 사진을 배울 때 주변에서 M 모드 즉 매뉴얼 모드로 사진을 찍지 않으면 사진을 못 찍는 것이다는 등 이상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사진을 찍을 때 A 모드(즉 조리개 우선 모드) 이든 Shutter 우선 모드이든 완전 자동모드이든 내가 편안하게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모드가 있다면 어떤 모드로 찍어도 관계없다. 다만,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매뉴얼 모드는 어렵지 않으며, 오히려 야외나 노출 조건이 잘 바뀌지 않는 환경에서 찍는다면 매뉴얼 모드가 다른 모드보다 더욱 편안하게 찍을 수 있다. 이번 포스팅은 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절대 매뉴얼 모드가 우월하다는 주장이 아니다.)


내가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유료 사진을 찍기 전 취미로 사진을 찍을 때 이야기다. 당시 온라인 포럼에 보면 매뉴얼 모드로 찍지 않으면 하수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이 다수 있었다. 당시 이런 사진 꼰대가 너무 싫었고 솔직히 매뉴얼 모드가 무척 부담스럽기도 해서 나는 주로 A 모드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찍은 사진도 노출이 계속 변하고 이걸 후보정으로 통일된 느낌이 들도록 만드는 것이 너무 귀찮아 방법을 연구하던 중 매뉴얼 모드를 정복(?) 하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간 내가 편견을 갖고 있었는지 매뉴얼 모드는 전혀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노출이 일정한 공간에서 사진을 찍으면 매뉴얼 모드가 더욱 편리했다. 통일감 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아니라, 내가 직접 빛을 통제하자!

A 모드나 다른 자동(반자동) 모드를 활용하면 보통 카메라가 노출을 알아서 맞추어 준다. 이때 LCD를 보고 원하는 노출이 나오지 않았다면 다시 노출을 보정해서 (혹은 측광 모드를 변경해서) 사진을 찍는다. 그런데 지겹지 않은가? 언제까지 카메라에 내 사진의 운명(?)을 맡길 것인가?

수동 필름 카메라를 보면 무척 단순하다. 후면에 LCD도 없고, 메뉴도 없다. 하지만, 내가 원하는 노출을 자유 자재로 맞출 수 있다. 보통 수동 필름 카메라는 측광 모드가 따로 없다. 반면 Spot 측광, 중앙 평균 측광 등 다양한 측광 모드가 있는 디지털카메라도 급하게 사진을 찍을 때 메뉴에 들어가서 측광 모드를 바꿔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메뉴를 조정하는 동안 원하는 순간은 지나갈 것이다.

매뉴얼모드, M모드, 라이카 M
내 경우는 디지털카메라인 Leica M10 도 필름 카메라처럼 사용한 지 무척 오래되었다.

M 모드, 즉 매뉴얼 모드는 ISO/조리개/셔터스피드 모두를 내가 원하는 대로 조정하는 모드이다. 보통 매뉴얼 모드라 하면 세 가지 변수를 모두 조정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 중 두 가지는 고정을 하고 한 가지 변수만 바꾸면서 노출을 맞추면 된다. 즉, 심도를 중요시한다면 ISO / 셔터스피드를 고정하고 심도(조리개)만 바꾸어서 적정 노출을 맞추고 사진을 찍으면 된다. 또 사물의 움직임을 조정하고 싶다면 ISO/조리개를 고정하고 셔터스피드를 변경하면서 적정 노출을 맞추면 된다.

노출은 미세하게 계속 변한다. 그런데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암부 복원력이 무척 좋기 때문에, 하이라이트 영역 즉 야외에서 찍는다면 해가 강하게 비추는 공간을 기준으로 노출을 측정하면 나머지 공간에서는 같은 세팅(노출이 변해도)으로 계속 찍어도 좋다. 다시 말해 하이라이트가 적정 노출이 되도록 설정한 뒤 다른 공간에서도 초점을 맞추고 셔터만 눌러서 찍으면 된다는 뜻이다.

내 경우는 대부분 사진에서 심도 즉 조리개의 비중을 높게 두고 사진을 찍는다. 야외에서 찍을 때는 배경이 너무 지저분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면 조리개를 조여서 사진을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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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직접 보는 (석양/낮에는 직접 보면 눈이 상한다..) 수준은 F/16, 1/1000, ISO 400이다. – 필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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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황에서 디지털 사진, ISO 200, F/16, 1/250 (조리개를 F/16으로 고정하고 다른 요소를 맞춤)

따라서 통상 야외에서 내 설정은 다음과 같다.

ISO 100

셔터스피드 : 1/125

조리개 : 적정 노출이 나올 때까지 (보통 그늘/직광 정도에 따라서) F/5.6~F11 (석양등 태양이 직접 보이면 F/16) 사이가 된다.

실내의 경우

ISO 400 혹은 어두운 경우 800

셔터스피드 : 1/30 (혹은 1/60)

조리개 : 적정 노출이 나올 때까지 (보통 실내의 광량에 따라서) F/1.4 ~ F/4 사이가 된다.

매뉴얼 모드, M모드, 라이카 M
이런 실내의 경우 ISO 400, F/4, 1/30 초 정도 노출이 된다. (살짝 자연광이 있지만 실내가 무척 어둡다.)

이렇게 사진을 찍으면 LCD를 확인할 이유가 없다. 마치 필름 카메라처럼 LCD를 끄고 광학 뷰파인더 혹은 EVF(전자식) 뷰 파인더를 보며 사진을 찍는다. 일단 배터리 사용시간이 무척 늘어난다. (이 때문에 10일 정도 여행 다닐 때 보조 배터리 하나 정도 더 들고 충전기는 아예 놓고 간다.) 가장 큰 장점은 노출 보정 다이얼이나 측광 모드를 변경할 필요 없이 내가 원하는 노출을 늘 맞출 수 있다는 점이다.

필름 카메라나 디지털카메라나 매뉴얼 모드를 활용하면 메뉴를 건드릴 필요 없이 간단히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찰나의 순간을 찍고 싶다면 존 포커싱 방법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모두 매뉴얼 모드를 활용하고, 초점까지 심도를 계산해서 내가 찍고 싶은 거리 범위를 모두 초점이 맞도록 설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위 포스팅을 참고하면 될 것 같다.

막연하게 매뉴얼 모드가 어렵다고 생각했다면 오늘부터 위에서 소개한 방식으로 매뉴얼 모드를 한번 연습해 보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야외의 경우 하이라이트 (빛이 강하게 닿는 부분 기준으로)를 기준으로 측광을 해 놓으면 특별히 그늘진 부분을 찍을 때가 아니라면 노출을 바꿀 필요조차 없이 그냥 막 찍으면 된다. (디지털은 암부 복원 능력이 좋으므로 살짝 언더로 찍었더라도 걱정할 필요 없이 후보정으로 노출을 쉽게 올릴 수 있다.) 이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기가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진을 찍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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