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수동 필름카메라 ‘라이카 M6’로 사진 입문할 수 있을까? 입문자를 위한 추천 카메라

어쩌다 보니 일반적인 사진 및 라이카를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이 검색을 통해 내 블로그를 찾게 되고 이런저런 포스팅을 읽다가 나에게 종종 카메라 혹은 렌즈를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한다. 그중 가장 많은 질문은 “이제 막 사진을 입문했는데, 혹은 카메라 자체를 잘 모르는데 사용하기 좋은 카메라/렌즈를 추천해 달라”라는 질문이다. 특히 내 블로그에 라이카 이야기가 많아서 그런지 라이카 카메라로 추천해 달라는 질문도 다수 있다.

사실 이런 질문에 대해서 답을 달기 매우 어렵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바가 다르며, 누구에게는 명기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무척 불편하고 어려운 카메라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을 부탁하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기계식 수동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

사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수동 필름 카메라니요?

대부분 이런 조언을 하면 무척 당황하며 내 조언을 신뢰하지 않는다. 물론, 나라도 같은 입장이면 의문을 제기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이 찍히는 원리도 모르고 핸드폰 카메라로 버튼만 눌러봤는데, 필름 카메라라니? 그것도 수동 필름카메라? 막연히 필름 = 어렵다의 공식인 일반인에게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보자. 사진을 찍는 과정은 적정 노출을 맞추고 내가 찍고자 하는 프레임을 구성하고 셔터를 누르는 과정이다. 여기에 복잡한 사진 이론은 사실 필요 없다. 노출 개념이 없다고?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 카메라에서 < > 혹은 – + 기호로 빛이 부족하다든지 빛이 넘친다든지 “O” 표시도 빛이 적당하다든지 “> <” 표시로 빛이 충분하다든지 등의 신호를 주기 때문에 잘 모르면 그냥 해당 기호가 나올 때까지 조리개링을 돌려 보면 된다.

물론, 노출을 맞추는 방법은 셔터와 조리개 그리고 ISO 를 동시에 조정해서 맞추어야 한다. 하지만, 필름의 경우 ISO 가 고정되어 있으며, 촬영 스타일에 따라서 셔터 혹은 조리개를 고정하고 하나의 요소만 바꾸어서 노출을 맞추면 되므로 조작할 부분도 많지 않다.

필름카메라 라이카 M6
후지필름 X-Pro2, XF 35mm F2 WR 로 담은 Leica M6 – 클래식 크롬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 필름의 경우 ISO가 고정되어 있어 변수가 오히려 더 적다

측광 모드, 동체 추적, Eye AF

최신 카메라에는 정말 다양한 기능이 있다. 단적으로 눈동자를 인식하는 Eye AF, 얼굴을 인식하는 AF부터 움직임을 따라가는 동체 추적 AF까지 굉장히 다양한 기능이 있다. 또 연사는 어떤가? 초당 엄청난 양의 사진을 찍어주는 기능도 있는데, 어떤 이는 아예 대충 찍고 싶은 곳을 선택하고 연사를 찍어 수십 장에서 심한 경우 백여 장 정도를 찍고 “얻어걸린” 사진을 선택한다고 한다. 뭐 이런 방법도 개인이 원한다면 뭐라 할 수 없겠다.

하지만, 카메라의 기능에 의존하면 할수록 사진이 찍히는 원리 (빛을 해석하는 능력)에서 멀어진다. 종종 오랫동안 사진을 찍어 보았다는 사람도 수동 필름카메라를 쥐면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고 당황해한다. 그리고, 100여 장을 찍어도 마음에 드는 사진이 몇 장 없다는 사람도 많이 있다. 워낙 양적으로 많이 찍으니 후보정이나, Best cut 을 선정하는 작업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좋다면 몰라도 예쁜 사진을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과정이 없으면 어떻게 사진이 늘 수 있을까?

수동필름카메라, 라이카 M6
라이카 M10 by Nikon FM2, Kodak Portra 400 필름

Back to the Basics

기본으로 돌아가 보면 사진이 보이기 시작한다.

​몇 년 전 내가 처음 라이카 M10 을 구매했을 때 이야기이다. 기업 사진 촬영 서비스를 시작해서 나름 Professional 한 Photographer 로서 첫 발을 디뎠다고 생각했는데, Leica M10 을 손에 쥐니 다시 초보로 돌아간 느낌을 받았다. 중앙 측광 이외에 큰 쓸모가 없었던 Leica M10 그리고 동체 추적은커녕 초점도 익숙하지 않은 이중 상합치 방식으로 맞추어야 하는 카메라는 낯설기만 했다. 몇 주간 사진이 형편없었다. 엄청난 비용을 내고 “폭망한” 사진을 얻었던 것이다. 스스로도 무척 창피했다. 그동안 내가 사진을 찍었던 것이 아니라, 카메라가 사진을 찍어준 것 중 얻어걸린 사진을 선택했던 것이다.

​머릿속에 찍고 싶은 사진을 상상하고 그 결과를 찍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얻어걸리지 않으면 쓸 수 있는 사진이 없었단 뜻이다.

​다시 마음을 비우고 이때부터 사진의 기본으로 돌아갔다. 적정 노출을 맞추고 느린 템포로 내가 상상했던 사진을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Leica M10 으로 아들이 전광석화처럼 움직이는 사진도 원하는 대로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후면의 LCD를 꺼버렸다. 더 이상 카메라에 의존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LCD를 끄고 찍으니 겁이 덜컥 났다.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담았는데, 노출에 실패한 사진이 나오면 어떻게 하지? 혹은 흔들린 사진을 찍었는데 모르고 다시 찍지 않으면 어떡하지?

​하지만,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 사진을 찍으니 점점 카메라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고 나아가 나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셔터를 누르는 찰나의 순간은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라이카 M10, 후면의 LCD를 끄고 필름카메라처럼 사용
Leica M10 – 후면의 LCD를 끄고 찍기 시작하니 마치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느낌이다.

< 기계식 수동 필름카메라 “라이카 M6” >

“라이카 카메라로, 입문하는 사람에게 카메라를 추천해 주세요.”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라이카 M6를 추천해 주었다. 정작 나는 Leica MP/ Leica M7등 M6를 사용해 보지도 않았을 때부터 였으니 참 아이러니한 말이다. 하지만, Leica M6는 기본적으로 Leica MP와 동일한 수동 필름 카메라이다. 노출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면 예쁜 사진을 만들어 주는 기본에 충실한 카메라란 뜻이다.

​Leica M10 이나, Leica CL 등 디지털 기기로 사진을 시작하기보다는 처음부터 후면 LCD를 볼 수 없는, 그리고 후보정으로 실패한 노출을 보정할 수 없는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하면 정말 기본에 충실하게 된다. ISO 400 감도 필름을 잔뜩 구매해 두고, 실내에서는 1/60 초, 실외에서는 1/125 초 (구름/그늘), 1/500 초 (해가 있는 곳, 주광) 설정을 해 두고 조리개만 움직여서 적정 노출이 나오도록 연습하면 나도 모르게 어느덧 노출에 대해서 자신이 생긴다. 그리고 역광에서/사광에서, 다중 광원이 있을 때 어디를 기준으로 노출을 측광할 것인지 카메라에 의존하고 얻어걸린 사진이 아닌 내가 고민하고 매 셔터마다 내가 원하는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반면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은, 대부분 작년 찍은 사진이나 어제 찍은 사진이나, 또 오늘 찍은 사진이나 큰 차이가 없다. 사진에 변화가 없으니 취미도 시들해진다. 혹은 장비를 교체하는 재미로 사진을 즐기게 된다. 물론, 이 또한, 취미이니 전혀 잘못된 것이 없다. 하지만, 사진 자체를 잘 찍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고민해볼 일이다.

라이카 M6, 필름을 교체하는 순간
후지필름 X-Pro2, XF 35mm F2 WR 로 담은 Leica M6 – 클래식 크롬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왜 “라이카 M6” 인가?

라이카 필름 카메라도 종류가 많다. 특히 M 시스템 중에서 저렴한 카메라를 선택하자면 Leica M3 정도가 있을 것이다.

라이카 M3 에 대한 간단한 소개 글

그런데 사진을 입문하는 사람에게 노출계가 없는 카메라는 좋지 않은 선택이다. 사진을 찍을 때마다 외장 노출계로 노출을 측정하고 사진을 찍는다면, 초보 입장에서는 번거롭게 느낄 수밖에 없으며 빨리 포기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쓸만한 내장 노출계가 포함된 카메라를 선택하는 것이 좋은데, 이런 카메라로는 라이카 M6 가 제일 좋다.

​라이카 M7은 반자동 카메라이다. 반 자동으로 사진을 찍다 보면 강제로 노출에 적응할 기회를 잃어버린다. 물론, 라이카 M7 도 수동 조작을 통해 수동 카메라처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없어서 강제로 적응해야 하는 것과 선택할 수 있는 건 큰 차이이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이 라이카 M7을 선택한 뒤에 A 모드로 반자동 기능을 활용해서 사진을 찍는다. 심지어 나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물론, A 모드를 사용한다고 사진을 공부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위에 설명한 대로 노출에 반강제적으로 적응하고 사진의 기본을 이해하기에는 수동 필름 카메라가 더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역시 M 모드만 사용해야 사진을 배울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노출에 대한 이해를 돕는 데는 카메라의 기능이 있어서 끄고 활용하지 않는 것이 좀 더 유리하다.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할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에 입문했다면? 카메라에 대해서 1도 모른다면? 오히려 수동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시작해 보자. 레트로한 느낌의 사진을 얻거나, 현상소에 사진을 맡길 때마다 가슴이 뛰는 건 보너스 경험이 될 것이다!

라이카 M6, 수동 필름카메라
후지필름 X-Pro2, XF 35mm F2 WR 로 담은 Leica M6 – 클래식 크롬 필름 시뮬레이션 모드

라이카 M6로 찍은 사진 작례를 몇 장 소개하며 이번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라이카 M6에 대해서는 나중에 별도의 포스팅을 작성할 예정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3롤 정도 찍어본 경험으로는 Leica MP와 비슷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물론, 가격은 Leica MP의 절반 이하이다. 상태가 좋은 카메라를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몇 개월 정도 참을성 있게 기다릴 수 있다면 좋은 Leica M6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라이카 M6, Summaron-M 1:5.6/28 | Kodak Portra 400 필름
라이카 M6, Summaron-M 1:5.6/28 | Kodak Portra 400 필름

라이카 M6, Summaron-M 1:5.6/28 | Kodak Portra 400 필름
라이카 M6, Summaron-M 1:5.6/28 | Kodak Portra 400 필름

라이카 M6, Summaron-M 1:5.6/28 | Kodak Portra 400 필름
라이카 M6, Summaron-M 1:5.6/28 | Kodak Portra 400 필름

라이카 M6, Summaron-M 1:5.6/28 | Kodak Portra 400 필름
라이카 M6, Summaron-M 1:5.6/28 | Kodak Portra 400 필름 | 필름으로 담은 아들 사진은 언제나 정답이다.

라이카 M6, Summaron-M 1:5.6/28 | Kodak Portra 400 필름
라이카 M6, Summaron-M 1:5.6/28 | Kodak Portra 400 필름 | 날아라!

종종 내 포스팅을 읽고 지름신이 찾아와 카메라 혹은 렌즈를 구매했다는 댓글/쪽지를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 이 글을 읽고 혹시 Leica M6 를 찾기 시작했거나, 이미 결제를 한 여러분에게 미리 축하 인사를 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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