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 즐기기, 필름사진 즐기기

필름(Film)이 사라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필름카메라를 생산하고 있는 라이카가 필름카메라 생산을 중단한다고 하면 고민해도 좋을 것 같다. 현재도 주문 대기자가 엄청 많은 라이카 필름카메라를 보면, 이런 걱정은 하지 않고 필름사진 생활을 즐겨도 좋을 것 같다. 이 글을 통해 필름카메라 그리고 필름사진 즐기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얻길 바라며 글을 시작해 본다.

필름사진은 과거 필름카메라를 이용하던 세대의 전유물이다?

필름 현상소에 따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필름사진을 즐기는 세대가 50대 전후의 과거 필카를 사용했던 세대가 아니라, 태어나서 한 번도 필름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던 젊은 세대라는 것이다. 아마, 필름 사진이 유행하게 된 계기 자체는 인스타그램 등 SNS 일 것이라 생각한다. 필름 느낌으로 사진을 바꿔주는 필터가 한동안 유행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행인지는 모르겠지만..)

필름카메라 즐기기, 필름사진 즐기기
나의 첫 필름카메라 라이카 M7

나 또한 정확히 말하면 필름으로 사진을 즐기던 세대는 아니다. 물론,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가 필름사진을 찍어주셨긴 했지만, 정작 나는 디지털카메라가 나오면서 사진을 즐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늘 필름 카메라, 필름 사진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특히 라이카를 입문하면서 필름 사진에 대한 욕망이 더욱 커졌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의 “결정적 순간”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거나, Saul Leiter 작가의 작품을 보거나,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 매그넘 포토그래퍼의 작품을 보면 모두 필름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이 찍은 사진을 보고 디지털카메라로 연사로 찍어도 얻기 어려웠을 작품을 어떻게 필름카메라로 찍을 수 있었을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운이 좋았을까? 아니다. 어쩌다 한 번은 운으로 사진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그런 사진을 반복해서 만들 수 있다는 건 분명 실력이기 때문이다.

일회용 필름카메라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시작된 나의 필름사진 생활

디지털 라이카 카메라를 시작한 지 2년째, 드디어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구매해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플라스틱 렌즈에 내장 플래시까지 있는 이 카메라가 어떤 사진을 만들어 줄까? 몇백만 원짜리 카메라를 구매할 때보다 이 플라스틱 카메라가 더욱 가슴을 뛰게 했다. 드디어 첫 롤을 다 찍고 현상을 맡겼다.

필름사진, 네거티브도 좋다
현상 결과뿐 아니라, 네거티브를 바라볼 때도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일회용 필름 카메라의 결과물은 정말 대 만족이었다. 물론, 사진의 질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거친 질감과 선명하지 못한 화질은 기본이다. 하지만, 이런 사진이 디지털 사진과는 다른 무언가를 자극했고 나는 그 길로 라이카 M7 필름카메라를 구매했다.

필름, 일회용 필름카메라
지인에게도 종종 일회용 필름카메라를 선물했다

필름카메라, 필름사진 즐기기
라이카 MP에 새로운 필름을 로딩할 때마다 가슴이 뛴다

필름사진을 즐기기 시작한 지 몇 년이 흘렀다. 매년 찍은 필름이 몇 개인지 셀 수가 없다. 어떨 땐 한주에 5롤까지도 찍으며 필름을 아끼지 않고 연습을 하고 또 했다. 어느 순간, 필름으로 찍은 결과물이 예측이 되기 시작하면서 더욱 재미있어졌다. 이제 LCD를 보지 못하는 필름이지만 찍을 때 어떻게 보일지 예상이 되기 시작했다.

오히려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종종 후면 LCD를 리뷰하고 찍은 사진이 내 의도와 같은지 초점은 맞았는지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순간마다 촬영의 맥이 끊기며 온전히 사진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오히려 몰입도가 높아졌다. 그뿐 아니다. 36장을 다 찍을 때까지 제약 상황도 많아졌다. ISO400으로 고정된 상황이 무척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곧 이런 상황 때문에 창의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한계를 인지하고 그걸 극복하는 사진을 찍게 된 것이다.

리코 gr1, 자동필름카메라, 필름사진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
자동 필름카메라 리코 gr2

필름 사진이 너무 재미있어, 아들에게도 필름카메라를 선물했다. 리코 gr1 은 자동으로 필름을 로딩하고 찍는 컴팩트 필카이다. 물론, 몇 롤 정도 찍고 지금은 아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아 내가 가끔 사용하지만, 아들이 나를 찍어준 필름사진은 정말 감동이었다!

필름카메라 즐기기

필름 카메라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 자동 필름카메라

☞ 수동 기계식 필름카메라

☞ SLR 방식 필름카메라

☞ RF 방식 필름카메라

등 가장 크게는 자동인지 수동인지에 따라 구분하고, 또 종류에 따라서 RF 방식인지 SLR 방식 인지로 구분한다. 이 이외에도 목측식 롤라이 카메라도 있다. 이 때문에 필카를 구매하기 전의 나에게 맞는 카메라가 어떤 종류일지 고민하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만, 라이카를 제외하면 필카는 더 이상 신제품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전자식 요소가 많이 있는 자동카메라는 가능하면 피하는 것이 좋다. 수리도 문제지만, 수리를 할 수 있더라도 부품이 없어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기계식 수동 카메라를 추천하고 싶다. 기계식 수동 카메라는 보통 노출을 측광하는 내장 노출계를 제외하면 배터리를 빼더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당연히 수리도 전자식보다는 쉽게 할 수 있다. (수리할 수 있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기계식 필름카메라, 니콘 FM2
기계식 필카를 찾는다면 라이카 혹은 니콘 FM2 모델을 추천하고 싶다.

필름카메라 렌즈는 어떤 렌즈를 이용할까?

필름 카메라의 경우 렌즈와 함께 판매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어떤 렌즈를 사용하는 것이 좋을까? 필카를 처음 입문한다면 50mm를 추천하고 싶다. 필카를 판매하던 시절의 렌즈는 현대적인 렌즈에 비해 광학적인 성능이 조금 떨어진다. (물론 그렇지 않은 렌즈도 많이 있다) 그래서 화각이 넓으면 (광각) 인물 및 소품을 찍을 때 화질이 실망스럽기도 하다. 반면 50mm의 경우 필름 가득 인물이나 소품 등의 피사체를 가득 자체 찍으면 디지털 못지않게 선명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보통 필름 사진의 경우 선명하지 않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필름의 경우도 렌즈의 선예도가 충분히 좋다면 디지털 못지않게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처럼 선명한 필름사진
Leica M6, APO-Summicron-M 1:2/50 asph | Kodak Potra 400 필름

아포 크론 렌즈의 최대 개방인 F2로 찍었지만, 초점이 맞은 영역의 날카로움 그리고 사진 전체의 선명함은 디지털 사진에 뒤지지 않는다. 동시에 필름 특유의 그레인 느낌 때문에 표면이 부드럽게 느껴지며, 발색 또한 코닥 포트라 필름 덕분에 후보정 작업 없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물론 위 사진도 50mm 화각으로 찍은 사진이다.

필름 감성이지!

어떤 이는 필름 사진이 선명하게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며, 선명하지 않더라도 필름 감성으로 찍는다고 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름으로도 충분히 선명한 화질을 얻을 수 있고, 그럴 때 필름의 감성을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필름카메라, 필름사진 다양한 필름으로 즐기기
다양한 필름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필카는 빛을 받아들이는 센서 부분이 따로 없다. 대신 필름이 센서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새로운 필름을 넣으면 마치 센서가 바뀐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처럼 느낌이 다르다.

흑백필름 vs 컬러필름
흑백필름/컬러필름

한 가지 재미있는 건 흑백필름을 넣는 순간 카메라가 모노크롬 전용 카메라로 변신한다. 이렇게 하면, 컬러로 찍은 사진을 흑백 변환할 때와 달리 처음부터 흑백이 예쁜 피사체만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과장하면, 순간 세상이 Black & White로 보이면서, 빛과 그림자가 아름다운 상항을 따라가게 된다.


만일 디지털 사진을 찍다가 권태기를 느꼈거나,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 싶다면 필름카메라 그리고 필름사진을 추천하고 싶다. 처음에는 마치 사진의 초보가 된 것처럼 좌절감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라, “카메라”가 자동으로 사진을 나를 위해 만들어 주었다는 것을 제대로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이 내 사진을 또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그리고 진정 사진을 찍는 즐거움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필름사진
다양한 필름으로 담은 아들과 일상 사진, Leica MP/ Canon AE1/Nikon FM2

슬라이드 필름
슬라이드 필름을 바라보면 마치 추억이 영화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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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카메라로 예쁜 필름사진 찍는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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