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1일 필름 가격이 크게 인상되었다. 코닥 본사에서 가격을 올린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코닥 본사의 인상폭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가격을 올렸다. 가능하면 국내 유통 업체도 오래 살아 남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동안 해외가 더 저렴 했음에도 불구하고 필름을 국내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 했었는데, 이제 너무 과한 가격 인상으로 B&H에서 직구를 시작했다.
작년까지 필름 카메라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다가, 올해 필름 가격 인상 뒤로는 기존 필름 사진 유저들도 필름 사진을 접기 시작했다. 참 슬픈 일이다. 이 무렵 다들 필름 카메라의 가격이 다시 떨어질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그동안 필카의 가격도 계속 올랐다) 적게는 십여 년 길게는 수십 년 묵은 중고 필카의 가격은 떨어지지 않았다. 아마 여전히 상태가 좋은 필카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필름 카메라는 중고밖에 없다고요?
대부분 필름 카메라를 찾는 사람들은 필카가 중고 기기밖에 없다는 사실에 놀란다. 그런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필름 카메라 중에서 여전히 신제품을 생산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라이카” 카메라가 그 주인공이다. (또한 니콘의 F6도 신제품을 판매한다고 한다)중고 필름 카메라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면 (여기서 전문가란, 사진의 전문가가 아닌 카메라의 기계적인 부분을 볼 줄 아는 전문가란 뜻이다) 카메라의 상태를 겉만 봐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겉은 깨끗해도 셔터스피드가 원래의 속도대로 나오지 않는다든지 빛이 샌다든지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을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찍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런데, 필름 카메라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 찍어보고 결과가 기기 잘못인지 본인이 잘못 찍은 것인지 알 수 있을까? 실제 내 블로그를 통해 자신이 최근 구매한 필카로 찍은 사진이라며 자신이 뭘 잘못 찍었길래 이렇게 나오는지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촬영 환경 및 배경을 이해하기 전에는 정확한 답을 하기 어렵지만 딱 봐도 사용자가 잘못해서 생길 수 있는 사진 결과가 아니었다. 아마도 셔터 스피드가 표시된 속도보다 적게 나와 그런지 모든 사진이 적어도 4 stop 이상 노출이 오버된 듯 화이트홀로 표시되었다. 36장 중 대부분 사진이 이렇게 찍힌 것이다.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필름 사진은 유저가 실수하더라도 사진은 어느 정도 나온다. 노출에 관용도가 워낙 좋기 때문에, 노출 실패한 사진도 대부분 멀쩡한 사진처럼 나오기도 한다. (오버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언더라면 노이즈가 많이 발생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메라 기기의 고장이 아니라면 초보도 필름 사진을 즐기기 편리한 것이 필카의 특징이다.
잘 모르면 신제품으로 구매하자!
필카를 입문하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면 그냥 신제품으로 구매하자. 신제품의 경우 일정 기간 동안 당연히 기기 고장에 대해서 무상 점검 및 유지 보수가 가능하다. 필름 카메라가 대부분 단종되어 더 이상 신제품 생산을 하지 않지만, 유일하게 라이카는 신제품을 아직 생산하고 있다.(이 글을 쓴 뒤 댓글로 니콘 F6도 신제품 생산이 되고 있다는 정보를 받았습니다.) 특히 라이카 필름 카메라는 기계식 필름 카메라로 고장이 나더라도 전자 부품에 의존하지 않기 때문에 오랫동안 수리가 가능하다. (아직도 수십 년 지난 라이카 필름 카메라를 수리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라이카 MP

라이카 RF 방식에 적응하기 어렵다면? 다른 신제품 필카를 찾을 수 있을까?
라이카는 RF(Range Finder) 방식의 필름 카메라이다. 한번 적응되면 어렵지 않지만, 은근 라이카 방식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그럼 SLR 방식의 필카도 신제품 구매가 가능할까? 안타깝지만, 신제품에 가까운 상태 좋은 제품을 찾을 수는 있겠지만, 더 이상 신제품은 없다. 하지만, 중고 제품이라도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전문가가 보증하는 전문 샵에서 구매하면 되기 때문이다.
중고 필름 카메라를 판매하는 매장은 매우 많이 있다. 하지만, 제품에 대해서 보증을 해 주는 곳은 많지 않다. 만일 중고 필카를 구매해야 한다면 개인 직거래를 피하고 적어도 3개월 이내 하자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매장에서 구매하자. 혹 하자 보증을 해 주지 않더라도 적어도 수리를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매장이 있다면 그런 매장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한 구매 방법이다.

일단 필름 카메라를 구매했다면 가능하면 다양한 필름을 사용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입문용 저렴한 필름만 찾을 것이 아니라, 고가의 필름도 사용해 보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직접 체험해 보길 바란다.
필름 가격이 올랐다고 필름 사진을 접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매주 한 롤 혹은 그보다 적게 찍는다면 크게 걱정하지 말고 계속 필름 사진을 즐겨보라고 하고 싶다. (매주 몇 롤 이상 찍는다면 인상 금액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사용량이 적다면 큰 걱정 하지 않아도 좋다)


중고로 필름 카메라를 구매했다면 제일 먼저 한 롤을 찍어보며 다음과 같은 점을 테스트해 보라 권하고 싶다.
▶ 일부러 적정 노출/노출 언더/노출오버 (2 stop 씩 정도 차이를 두어야 차이를 쉽게 체감할 수 있다.)
▶ 느린 셔터 스피드 (1/30초 이하 느리게 테스트)
▶ 빠른 셔터 스피드 (1/500 이상 빠르게 테스트)
물론 테스트를 할 때 다양한 조건으로 찍고 기록을 해 두어야 어떤 조건으로 찍었는데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알 수 있다. 각 환경에서 기대했던 대로 출력이 된다면 카메라는 정상적으로 동작하는 것이다. (만일 결과를 판단할 능력이 없다면, 같은 환경에서 같은 피사체를 대상으로 디지털카메라로 M 모드에서 같은 조건을 만들어 두고 찍어보자. 측광은 중앙 평균 측광에 맞추어야 필카와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모쪼록 많은 사람들이 떡 사 먹은 결과를 피하고 필름 사진을 즐기길 기원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