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 x100v 를 수동필카 처럼 사용하기

사진을 잘 찍고 싶다면, 빛을 잘 이용해야 한다. 빛을 이용하는 방법에는 자연광을 활용하는 방법과, 인공광을 (지속광/순간광)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둘 다 마스터하려면 오랜 고민과 연습이 필요하다. 오늘은 이 중 첫 번째, 자연광을 잘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디지털카메라를 추천해 달라는 사람을 만나면 나는 주저 없이 후지 x100v 를 추천한다. 물론, 라이카 M 시스템을 추천하고 싶지만, 모두 수동 카메라를 사용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니니, x100v 가 좀 더 일반적인 선택이 된다.

x100v 의 가장 큰 장점은 렌즈 화각이 고정되어 있다는 것?

사진을 배울 때, 화각이 자꾸 바뀌면 방해 요인이 된다. 이 때문에, Zoom 렌즈는 편리함을 제공해 주기는 하지만, 사진을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방해물이다. 화각이 자꾸만 바뀌면 머릿속으로 결과물을 상상하는데 변수가 너무 많다. 이런 면에서 환산 화각 35mm로 고정되어 있는 후지 x100v 은 사진에 대해서 공부하기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35mm는 너무 넓지도 않고, 너무 좁지도 않은 편리한 화각이기도 하다.

후지 x100v 수동필카
Full Frame 환산으로 35mm 화각에 해당하는 렌즈 고정식 카메라 x100v

x100v 의 자동 기능에 의존하기보다 수동 필카처럼 사용해 보자

x100v 의 장점 중 하나는 노출을 결정하는데 필요한 모든 조건이 수동 필카처럼 하드웨어 다이얼 버튼으로 카메라 상판에 모두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ISO 다이얼, 셔터스피드 다이얼 모두 상판에 있고, 조리개도 전통적인 수동 카메라처럼 조리개 링을 돌려서 결정할 수 있다.

소니 zv-1
대부분 디지털 캠팩트 카메라는 셔터 및 ISO 등 설정이 소프트웨어 메뉴를 타고 들어가서 바꿀 수 있다.

이제 변수를 하나씩 고정하며 사용해 보자. 예를 들어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면 필름의 감도로 ISO 가 고정된다.

매직넘버 ISO 400

보통 수동 필카를 사용할 때 매직넘버는 400이다. ISO 100/160/200/400/800 등의 필름이 있는데, 이 중 가장 보편적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찍을 수 있는 필름이 400이다. 이처럼 x100v 도 ISO 를 400으로 고정해 보자.

후지 x100v 수동필카
ISO 를 400 감도로 고정해 보자

두 번째는 셔터스피드를 고정해 보자. 실내에서 찍을 때는 1/60초로 실외에서 찍을 때는 태양의 양에 따라 한낮의 태양이라면 1/500 초로 약간 그늘이 있거나 한낮이 아니라 오전 오후 등의 태양이라면 1/125초로 고정해 보자. 이렇게 하면 이제 변수는 조리개만 남았다. 조리개를 F/2부터 F/16 (숫자가 작을수록 빛을 더욱 많이 받아들이며 반대인 경우 빛을 적게 받아들임) 까지 움직이며 가장 적당한 노출이 나올 때까지 움직여 보면서 노출 공부를 해 보자.

만일 어두운 실내에 밤이 되면 ISO 400으로 촬영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럼 ISO 를 800 혹은 1600으로 바꾸어 두고 셔터스피드는 1/60로 고정해서 촬영해 보자.

만일 이렇게 약 3개월 정도 매일 사진을 찍어보면 어느덧 노출에 대한 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노출에 대한 감이 생겼다는 건 빛을 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후지 x100v 수동필카 라이카 MP
수동 필름카메라 Leica MP 처럼 셔터등 조작 다이얼이 상판에 있다.

사진 이론에 대해서 공부를 아무리 해도 사진은 이론보다 실전에 투자하는 시간이 더욱 커야 한다. 그런데, 이론을 모르더라도 위에서 가이드 한 방법대로 실전으로 노출 공부를 하게 되면 자연스레 빛에 대해서 이해하게 된다. 그다음 심도(depth of field)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기고 그럴 때마다 이론을 조금씩 보충해 나가면 어느덧 사진을 찍는데 필요한 기술적인 내용은 모두 파악하게 된다.

수동필카 ISO 400
ISO 400 은 필름에서는 매직 넘버이다. 실내/실외 그리고 조리개만 밝다면 야간에 길거리 조명으로도 사진을 담을 수 있는 ISO이다.

수동 필카처럼 x100v 를 사용하면 사진 자체를 몸으로 익히게 된다.

사진에 처음 입문하면 대부분 온라인 사진 포럼/카페에 가입한다. 여기서 무언가 배울 점이 있을까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 온라인 포럼에서는 사진 이야기보다 장비 이야기를 더욱 많이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비도 사진의 재미에 큰 일부분이지만, 정말 사진을 잘 찍고 싶고, 사진에 대해서 이해하고 싶다면, 먼저 빛 다루는 법을 몸으로 익혀야 한다.

이런 면에서 수동 필카처럼 ISO 를 고정하고 조리개 조작만으로 노출을 맞추어 보면 자연스레 빛에 대한 동물적인 감각을 익힐 수 있게 된다. 또한, 필요하다면 빠르게 ISO 나 셔터스피드를 바꾸어 다양한 상황에 대해서 대응하는 법도 확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이런 조작은 수동 카메라처럼 카메라 상판에 있는 다이얼로 직관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건 커다란 장점이다. (소프트웨어 메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카메라보다 훨씬 직관적이다.)

일단, 빛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면 그다음은 후지에서 제공하는 색을 즐길 차례이다. 다음 포스팅에는 후지의 색을 활용해서 필름 느낌의 사진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해볼 예정이다.

P.S. 혹시 후지 x100v에 대해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질문을 남기면 좋을 것 같다. 댓글이 있다면, 해당 질문을 참고해서 다음 포스팅 작성 시 내용을 반영한 예정이다.

수동필카 후지 x100v
ISO 400 에 어떤 상황이 되어야 F/5.6 이 될까? 궁금하면 직접 시험해보기 바란다!

후지 x100v 로 찍은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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