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카메라 M10, CL, MP 외 다양한 M 시스템 소개

아무리 좋은 카메라로 나에게 맞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반대로 보급기종이라도 나에게 딱 맞는 옷처럼 편안하게 촬영할 수 있다면 나에게는 훌륭한 카메라이다. 나에게는 라이카 카메라가 내 몸에 맞는 옷처럼 딱 맞았다. 예뻐서 끌리고, 수많은 매그넘 포토그래퍼가 라이카로 작품을 남겼다는 사실에 끌려 구매하게 되었지만, 막상 구매해보니 왜 진작 라이카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후회될 정도였다. 가격이 저렴하지 않지만, 사실 다른 카메라도 플래그십 기종을 선택하고 고급 렌즈 몇 개를 추가하면 결국 라이카를 구매할 정도 예산이 된다.

라이카 M10

라이카 M10 이 출시되기 전 나는 Summicron-M 1:2/50 렌즈를 오랫동안 사용했다. 후지 x-pro2에 이종교배해서 사용했지만, 늘 라이카 M 바디에 대한 궁금증은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다 Leica M10 이 출시되자마자 예약 구매를 걸고 나의 첫 라이카 M 사진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엔 후지나 캐논 등 기존에 내가 사용했던 카메라와 다른 측광/노출 그리고 초점 방식 등이 무척 낯설었다. 하지만, 점점 라이카 M10 방식에 익숙해지면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M 카메라 덕분에, 그동안 내가 아닌 카메라가 자동으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는 어마어마한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이제 드디어 내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라이카 카메라 M10
라이카 M10 – 나의 첫 라이카 카메라

라이카 Q

보통 라이카 Q 는 라이카 M 을 구매하기 전 미끼상품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반대로 작용했다. 라이카 M10 을 사용해보니, 라이카 Q가 무척 궁금해진 것이다. 주미룩스 렌즈의 장점을 간직한 AF(Auto Focus) 카메라는 어떤 느낌일까? Q 를 구매하고 핸드폰 카메라처럼 정말 자주 사용했다. 35mm 가 아닌 28mm 화각이 처음에는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28mm 를 넣은 것이 신의 한 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라이카 Q와의 로맨스도 라이카 CL 이 나오면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라이카 카메라 Q
M 으로 가는 징검다리(?) 라이카 Q

라이카 CL

라이카 X 의 후속 카메라가 나온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런데 소문과 달리 X의 후속 수준이 아니라, Little Leica M10 이란 별명이 생길 정도로 강력한 카메라가 출시되었다. 35mm 카메라의 시초인 오스카 바르낙 카메라와 비슷한 디자인으로 만들었다는 이 카메라를 보고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Leica M10 / Leica Q 도 있었지만, 기기를 추가하기로 했다. 이제 라이카 3총사가 되었다.

CL 은 과연 Little M 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종종 라이카 M10과 CL로 촬영한 이미지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CL 의 성능은 과장되지 않았다! 누가 Crop body라고 무시한단 말인가?

라이카 카메라 CL
Little M 이라고 부르는 라이카 CL

라이카 M 모노크롬

“아니 미친 거 아니야?” 디지털카메라인데, 흑백만 찍을 수 있다니. 내가 라이카 M 모노크롬의 존재에 대해서 듣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이건 말이 안 되는 거다. 컬러와 흑백 모두를 찍을 수 있는 카메라에 컬러 센서를 없애고 계조를 높였다니.. 그럴 필요가 있을까? 이런 내 생각은 라이카 M 모노크롬으로 찍은 작품 사진을 보자마자 저 멀리 사라졌다. 그 뒤로 우연한 기회에 이웃에게 빌려 잠시 사용해본 CCD 기반의 모노크롬 바디에 마음을 뺏겨 결국 Leica M typ246 바디를 구매하게 되었다.

라이카 M10 으로 사진을 시작할 때만 해도 하나의 바디 하나의 렌즈로 세상을 바라보려고 했는데, 사람의 욕심이란 점점 커진다.

라이카 카메라 모노크롬 typ246
라이카 M 모노크롬 typ246 과 라이카 M6

라이카 M7

사실 나에게 라이카란 필름 카메라가 “진짜”란 생각이 들었다. 비록 시작은 디지털 바디로 시작했지만, 필름 카메라에 대한 욕망은 점점 커졌다. 그러던 중 우연히 상태 좋은 라이카 M7 a la carte 모델을 매장에서 보았고 고민하지 않고 그냥 매장에서 제품을 들고 왔다. 아니 집에 와보니 라이카 M7이 가방에 들어 있었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할 것이다. 그만큼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라이카 M7 은 A 모드가 지원되는 필름카메라이다. 마치 Leica M10 을 사용하는 것처럼 초점을 맞추고 조리개만 정해 두면 나머지는 카메라가 알아서 찍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기계식 필름 카메라를 꼭 구매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M7도 부족함이 없는데, 도대체 이런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 이 무렵 필름 사진에 미쳐 매주 4~5롤씩 찍을 때였다.

라이카 카메라 M7
A 모드가 지원되는 유일한 라이카 필름카메라 라이카 M7

라이카 MP

결국 매장에서 라이카 MP 신품을 주문했다. MP는 주문하는 순서대로 생산해서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미리 생산해둔 재고가 늘 소진될 정도로 인기 있는 품목이다. 아니 미리 생산해둔 물건이 있는지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내 경우도 주문하고 4개월 정도 기다려서 MP를 받을 수 있었다. MP가 생긴 뒤 M7과 MP 두 대를 들고 집을 나서는 일이 많아졌다. 하나의 M 필카에 흑백 필름을 또 한쪽 M 필카엔 컬러필름을 넣고 사진을 찍는 재미란…

이제 정말 라이카 지름신을 더 영접(?)할 일은 없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게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지 곧 깨닫게 된다!

라이카 카메라 MP
아직도 신제품 필름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다니, MP 는 내가 갖고 있는 필카 중 가장 재미있는 녀석이다.

라이카 M6

MP를 구매한 뒤에 M6에 대한 열정이 더욱 커졌다. 기계식 필름 카메라인 MP를 사용하면 할수록 M7에 대한 정이 급하게 떨어졌다. 물론, M7도 수동모드로 사용하면 MP와 다를 바 없건만, 그냥 싫었다. 결국 M7을 처분하고 M6을 구매했다. 상태 좋은 물건을 찾기 까기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전 주인이 박스만 개봉해보고 사용하지 않았던 M6를 구할 수 있었다. MP와 같이 신제품을 사용하는 느낌이란….

라이카 카메라 M6
개봉 후 사용한 적이 없는 민트급 아니 신제품 라이카 M6 를 운 좋게 구할 수 있었다!

라이카 SL

이왕 라이카 지름신을 영접한 김에 그냥 정신줄을 놓기로 했다.결국 라이카 SL까지 구매했다. 핑계는 영상 촬영이었다. 라이카 SL 은 라이카 CL 과 역할이 겹친다. 그래도 쫀득한 영상과 편리한 인터페이스로 테더링 촬영까지 가능한 환경이 좋아 꽤 잘 사용했었다. 하지만, 카메라를 여러 대 들고 다니는 나에게 SL의 무게는 너무 크게 다가왔다. 결국 SL 은 나에게 맞지 않아 처분하게 되었다.

난 작은 M 시리즈가 좋다. M 은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나에게 좋은 눈이 되어 주었다. M 을 사용한 뒤 내 사진도 크게 바뀌었다. 선명한 라이카 렌즈의 장점은 마치 보너스와 같았다. 라이카 카메라에 미쳐 정말 불필요한 지출도 많이 했다. 하지만, 장비도 사진을 찍는 큰 재미의 일부분이다. 너무 궁금하다면 그리고 예산이 허락한다면 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누구는 라이카 카메라를 빨간 딱지 때문에, 구매하고 싶다고 한다. 나는 라이카 M 시스템을 사용해 작품을 남겼던 사람들을 동경하다 그들과 같은 툴을 사용하고 싶어 라이카를 입문하게 되었다. 이유야 어쨌든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카메라를 찾았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어느덧 내 블로그가 라이카 관련해서 꽤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왕 라이카에 미친 김에 새로 입문하는 사람 혹은 이미 라이카 카메라를 즐기는 사람에게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블로그로 거듭 성장하면 좋겠다! 오늘도 자꾸만 들이대는 라이카 지름신을 방어하며….(아직도 구매하고 싶은 항목이 있다는데, 늘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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