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을 때 카메라에 모든 결정권을 맡기면 결코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어둠이다. 카메라가 측광하는 기준은 뭘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측광 소프트웨어를 만들 때 개발자가 고려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바로 대중의 취향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둠이 있는 사진을 두려워한다. 바꿔 말하면 화사한 사진을 좋아한다. 이 때문에, 측광을 할 때도 어두운 부분이 많으면 필요 이상 밝게 측광한다. 이런 현상은 밤에 특히 도드라진다.
핸드폰으로 야경 사진을 찍고 큰 PC 화면에서 보면 필요 이상 노이즈가 거슬리는 걸 경험해 본 적이 있는가? 혹은 DSLR 미러리스 등의 카메라의 자동모드 (P/A 모드 등)로 찍었는데, 내가 찍은 야경 사진은 선명하지 않고 무언가 보이지 않는 막이 하나 낀 것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결과를 얻은 경험이 있는가?
이는 당신 잘못이 아니다. 카메라의 측광 기준이 화사하게 보이도록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라이카 M 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냥 찍으면 다른 카메라와 같이 어두운 부분을 강제로 끌어올려 보이도록 한다.

위 사진에서 하늘 부분을 보자, 짙은 푸른색이 보이다가 나중에는 완전히 검은색이 되었다. 이는 사진을 찍을 때부터 하이라이트 즉 빛이 있는 부분에 정상 노출을 맞추어 찍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후보정 할 때도 빛이 적당히 보이고 상대적으로 그늘진 부분은 더욱 강조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사진을 보자.

실제 눈으로 보이는 것보다 해변가가 더욱 검게 표현되었다. 하지만, 어두운 밤에 찍은 사진치고는 상당히 선명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왜 그럴까?
그 해답은 하이라이트 기준으로 측광을 하고 그 기준으로 매뉴얼 노출을 설정해서 찍으면, 카메라에게 자동으로 맡겨 측광한 것보다 어둡게 찍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볼 때, 하이라이트가 적정 노출이니 사람이 보기엔 편안하지만, 사진의 이미지 데이터 기준으로 보면 노출 언더 된 부분이 대부분이다. 즉 빛을 적게 받았으니 ISO 도 낮게 설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위 논리는 비단 야경 사진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낮에 찍더라도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강한 순간은 모두 같은 원리를 적용할 수 있다.


자 이제 어둠을 두려워하지 말자. 아니 어둠을 적극 활용하여 멋진 사진을 만들어 보자! 이런 도전을 해 보고 싶다면 빛과 그림자의 대비가 심한 환경을 찾아 하이라이트 기준으로 측광하고 매뉴얼로 노출을 고정한 다음 사진을 담아보자. 만일 여유가 된다면 외장 노출계를 구해서 하이라이트를 스팟 측광하는 연습을 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