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피가 큰 Hasselblad 503CW 중형 필름카메라와 달리 907x 모델은 상당히 작아 휴대성이 좋다. 마치 꼬마 핫셀을 만난 느낌이랄까? 어제 온라인으로 만난 프로 상업 작가 덕분에 프로 모델과 함께 길거리에서 패션 화보 느낌의 촬영을 진행해 보았다.
걸어서 이동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2시간 남짓 찍어본 핫셀블라드 907x에 대한 소감은 “라이카 M 과 다른 매력” 때문에 계속 셔터를 누르고 싶어진다는 것이다. 503cw는 셔터를 누르기까지 더욱 신중하게 되고 수동 초점을 맞추는 데 시간이 걸려 뭔가 무거운 느낌이 드는 반면 A 모드에서 AF까지 지원되는 907x 핫셀은 그냥 필요한 순간 셔터를 누르면 끝이다. 이렇게 쉬워도 될까?
핫셀은 전통적으로 허리 레벨로 카메라를 들고 파인더를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것이 제맛(?)이다. 어차피 노안 때문에 (다초점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사물을 보지 못한다) 후면 LCD가 어떻게 들어도 잘 보이지 않지만, 대략 감에 의존해서 촬영해 보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초점이 나간 사진이 거의 없다. 이 정도면 나 같은 사람도 신뢰하고 사용할만하다!

위 사진은 온라인 이웃으로 알게 된 염종일 포토그래퍼의 사진이다. 라이카가 인연이 되어 만났지만, 염종일님은 나와 달리 핫셀블라드 등 중형 카메라가 메인이다. 덕분에 내 인생 사진을 얻게 되었다!
일단 내가 찍은 사진들을 보면 중형 카메라라는 차이점 외, 핫셀블라드 특유의 느낌보다는 라이카 느낌이 강하게 난다. 사실 후지 x100v로 찍어도 꼭 후보정을 하고 나면 라이카 M 느낌이 비슷하게 나는데 오랫동안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무의식중에 반영이 되는 모양이다.
웨이스트 레벨에서 촬영하니, 내가 익숙한 아이 레벨의 시선과 다른 시선이 보인다. 참 신기하다.

다음 사진은 전형적인 핫셀블라드 느낌의 사진이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사진이기도 하지만, 온라인에 사진을 공유했을 때 반응이 별로 없어 잘 올리지 않는 사진이기도 하다.

역시 중형은 중형이다. 빛을 기가 막히게 해석한다. 계조가 너무 좋아서 내가 원하는 대로 빛을 주무를 수 있다.

심지어 ISO 25,600이라는 엄청난 상황에서도 위와 같이 멋진 사진을 만들어 준다. 글쎄 핫셀의 매력에 반해서 그럴까, 심지어 노이즈마저 오밀조밀 아름답게 보인다.

503cw 와 달리 정방형 포맷이 아니라, 그냥 라이카 M 으로 사진 찍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그런지 핫셀블라드 특유의 느낌을 끌어내기보다는 내가 평소 익숙한 느낌 위주의 사진이 나왔다. 하지만, 촬영 후반으로 갈수록 내가 평소 익숙하게 찍지 않는 스타일도 많이 보인다. 이제 시간 될 때마다 보정을 하며 핫셀의 매력에 빠져봐야겠다. 미치겠다.

Special thanks to
염종일 Photographer
https://www.instagram.com/yeum1224/
Mod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