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보지 말아야 할 위험한 렌즈 – 아포크론 50mm vs 조금 덜 위험한 룩스 50mm

라이카 렌즈 중 가장 위험한 렌즈는 무엇일까? 나는 개인적으로 아포크론 50mm 렌즈라 생각한다. 좀 더 정확히는 아포 주미크론 (APO-Summicron-M 1:2/50 asph ) 렌즈이다. 라이카 렌즈 중 나쁜 렌즈는 하나도 없지만, 이 렌즈를 사용하고 나면 다른 렌즈가 갑자기 나빠(?) 보인다. 그리고 계속 머릿속에 잔상이 남아 떠나질 않는다. 라이카를 구매하기 전 정말 오랫동안 라이카 병을 (마치 상사병과 같은) 앓았는데, 아포크론을 사용한 뒤로 비슷한 병에 걸렸다.

아포크론 vs 룩스 50mm
APO Summicron 50mm

사실 난 이미 50mm 화각의 라이카 렌즈가 두 개나 있다. 하나는 Summilux-M 1:1.4/50 asph 현행 렌즈이고, 또 다른 녀석은 Summicron-M 1:2/50, 2세대 리지드 렌즈이다. 룩스는 필름 사진에서 포기할 수 없어 갖고 있고, 크론은 아름다운 보케와 룩스보다 아름다운 발색 때문에 갖고 있다. 특히 리지드 렌즈는 올드 렌즈이면서 현행 렌즈같은 해상력을 갖고 있고 동시에 올드의 묘~한 특징을 모두 갖고 있어 무조건 갖고 있어야 하는 렌즈이다. (구하기도 어렵고 몸값도 계속 올라간다.)

이런 상황에 아포크론 50mm가 내 마음에 훅 들어왔다. 첫 사랑의 시작은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이때도 5월이었다! (2020년 5월 아포크론 리뷰 영상 참고)

5월 라이카 일주일만 빌려볼게요 코너로 아포크론을 빌려 사용해 본 뒤 본격적으로 아포 병에 걸렸다. 그래도 이미 2개나 갖고 있는 50mm 화각을 추가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선택이었기에 그냥 마음에만 담아 두었다. 하지만, 제대로 아포병이 도진건 최근 일이다.

몇 주 전 5월 라이카 일주일만 빌려볼게요 코너로 아포 렌즈를 또 빌려서 아포크론 vs 룩스를 F/2로 고정해서 야간에 사진을 찍었을 때의 장단점을 비교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영상을 찍으며 만든 작례를 보니, F/2 로 둘 다 고정하고 찍었는데, 아포의 선예도가 장난이 아니다. 룩스도 분명 충분히 좋은 렌즈이고 또 룩스는 F/1.4 가 아닌 조금 조여서 F/2로 찍은 결과인데도 불구하고 아포의 압승이다. 이 결과를 보니, 아포 상사병이 중증이 되었다. 결국 정신을 차리고 보니, 반도에 아포 렌즈 구매를 예약하고 말았다. 아마 다음 주 이 시간이면 내 라이카에는 아포 50mm 렌즈가 마운트 되어 있을 것이다.


서론이 무척 길었다. 아포 크론과 룩스를 동시에 동일한 조리개 조건에서 사용해 보니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F/2 에서도 아포의 선예도가 압승이다.

둘째: F/2 에 아포와 룩스의 보케가 다르게 느껴진다.

셋째: 다만, F/2 로 정말 어두운 상황에서 인물사진을 찍는 건 한계가 있다. 이 경우 룩스를 F/1.4로 개방하면 아포보다 좀 더 쾌적하게 인물사진을 찍을 수 있다.

넷째: 하지만, 아포를 사용하더라도 Leica M10 기준 -3 stop, Leica M11 기준 -5 stop 을 하고 찍으면 룩스 부럽지 않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조리개 F/2 는 큰 걸림돌이 아니다.

라는 결론이다.

물론 디지털카메라이기 때문에 이런 결론이 가능하다. 필름 카메라라면 노출 언더로 찍는 순간 필름이 아까울 정도로 저품질의 결과를 얻기에 이 경우는 룩스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참고로, 아포로 사진을 찍을 때만 하더라도 완전히 어둠이 내린 뒤가 아니었다. 하지만, 완전히 어둠이 내린 뒤였다면 상황이 조금 달랐을 것이다.

Summilux의 경우 B+W softfilter를 마운트 한 상태에서 찍었기 때문에 느낌이 살짝 다르다. 하지만, 대략 F/2에서 아포와 룩스가 어떤 느낌이 드는지는 알 수 있다. 조금 큰 화면에서 보면 아포의 경우 디테일이 무섭게 살아있는 동시에 전체적으로는 부드러운 느낌이 들고, 룩스는 디테일이 아포에 비해서는 조금 뭉개져 있다.

하지만, 좀 더 어두운 상황으로 바뀌면 F/1.4 가 좀 더 쾌적해진다.

아포크론 룩스 50mm
Leica M10, Summilux-M 1:1.4/50 asph | F/1.4로 촬영

사실 두 개의 렌즈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이지 않다. 두 개의 렌즈의 가격이 거의 두 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룩스도 비싼 렌즈이지만, 아포 크론은 아재 개그로 하자면 아픈 수준이다. 늘 내가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그래서, 아~포!” 지.

참고로, 아포렌즈는 흑백사진과 궁합도 정말 좋다. 선명한 렌즈 때문에 흑백사진이 더욱 선명해 보인다.

서두에도 언급했듯이 아포크론은 정말 위험한 렌즈이다. 한 번이라도 빌려서 찍어본다면 더욱 그렇다. 그에 비하면 룩스는 정말 덜(?) 위험한 렌즈다. 필름 사진 생활을 하지 않는 다음 F/2는 아무리 어두운 환경에서 사용한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는 조리개 수치이다. 하지만, 필름을 사용한다면 아포도 룩스도 모두 필요할 수도 있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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