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이상은 들어보았을 법한 사진가이다. 특히 나처럼 흑백 사진을 좋아하며, 라이카 유저라면 그의 사진집 몇 권 정도는 기본으로 갖고 있을 것이다. 이미 다 내가 보았을 사진이겠지만 이번 전시회는 꼭 직접 보고 싶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직접 보길 잘했다. 놀랍게도(?) 몇 장의 사진은 나도 처음 보는 사진들이 있었다. 특히 카르티에 브레송이 사진 찍는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한 장면이라든지 (까치발을 하고 펄쩍 뛰며 사진을 찍는 모습이 의외로 귀엽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가 직접 자신의 사진을 설명하는 장면이라든지 너무 좋았다.
이번 사진전을 보며, 나의 사진 스타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된 듯하다!

마치 현행범을 체포하는 것처럼 !
나도 라이카를 구매하고 나서, 라이카가 카메라라는 생각보다, 내 눈의 일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물론, 그가 사용하는 오스카 바르낙 모델을 사용했다면 그리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노출계도 없고 모든 기능이 지금의 라이카 M 과 다르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장비를 사용했던 카르티에도 그렇게 느꼈다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다.




2분 이상 보고 싶은 사진이라니…
적어도 나는 아직 이런 사진을 찍은 적이 없다. 물론, 아들 사진이야 예외다.





유명한 사진전에 가면 늘 진상이 있다. 사진전을 보러 온 건지, 사진을 배경으로 본인 셀카를 찍으러 온 건지.. 그런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전시회는 정말 조용했다. 덕분에 몰입해서 사진에 또 그가 전해주는 메시지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가 사진을 찍을 때면 종종 까치발을 하거나, 총총 뛰거나 뒤에서 보면 우수꽝스러운 동작을 취한다고 한다. 하지만, 하루 종일 긴장하며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을 기록해서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그의 행동은 나에게 큰 영감이 되었다. 그는 이런 순간 때문에, 살아 있다고 느낀다고 한다. 사진을 찍을 때면 “생각”을 하기보다 “본능”적으로 흥미로운 순간, 재미난 순간을 기록하며 “Yes”, “Yes”, “Yes”를 연발한다고 한다.
음… 뭐랄까. 처음 라이카 M 카메라를 구매했을 때처럼 가슴이 뛴다. 당장이라도 나가서 나도 “결정적인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