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작은 가게에 이야기’ 제목부터 정감 있었다. 미국의 소도시 이야기라는 점이 더욱 끌려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아쉽게 책을 내려놓고 좀 더 이야기가 이어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상상을 해 본다. 그만큼 이 책은 나의 추억을 자극했다.
사실 나도 작은 가게 매니아이다. 크고 웅장한 대기업 매장도 좋지만, 대기업 매장은 어딘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라기 보다, 직원들이 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친절’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그리 정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주변에 있다면 반드시 작은 가게를 찾는 편이다.

내가 미국에 있을 때도 나는 작은 가게를 주로 찾았다. 가게 문을 닫을 시간에 찾아가도, 의자를 뒤집어서 청소를 하고 있는 시간에도 평소 인사를 하고 있는 바리스타가 있으면 서로 안부를 묻고 커피 한 잔을 내어준다. 대기업처럼 문을 닫고 매몰차게 영업이 끝났다고 하지 않고 말이다.

이뿐 아니라, 자주 가던 Pub에서도 내 취향을 알고 음식을 내어 준다. 그리고 바쁘지 않은 시간에는 같이 잠시라도 합석해서 서로 살아가는 인생 이야기를 하며 인간의 온기를 나눈다. 그러다 가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무료 Shot 도 한잔 제공하면서 말이다. 물론 나는 그에 준하는 tip 을 슬며시 놓고 간다. 그래야 사람 사는 냄새가 나지 않겠는가?
물론, 음식도/술도 무척 맛난 곳이었지만, 이 Pub 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온기 때문에, 미국 남부에 있을 때는 늘 이곳만 찾았다. 그러고 보니, 정나영 저자도 같은 남부 지역에서 박사 학위를 딴 모양이다. 책에 해당 지역에서의 경험이 나왔는데, 마치 동네 사람 이야기를 듣는 듯 무척 반갑기도 했다.
결국 감성 마케팅은 미국의 오래된 ‘작은 가게’를 보고 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건 다름이 아닌 “온기”이기 때문이다. 최근 빅 데이터를 사용해 고객의 성향을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여기엔 “온기”가 없다. 인터넷과 혹은 대기업 매장과는 사람 사는 이야기/최근의 고민을 이야기할 수 없고, 미소를 지을 수도 없다. 하지만, 작은 가게의 점원과 혹은 가게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조금 서비스가 떨어지더라도 다른 곳에 가기 싫어진다.
이 책은 내가 미국에서 경험했던 작은 가게의 정서를 멋진 글솜씨로 잘 표현해 주었다. 이와 함께 책을 덮기가 안타까울 정도로 재미난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 중간 중간에 따스한 느낌이 나는 일러스트 또한, 이 책의 큰 재미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이 책은 마케터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사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기존 고객을 떠나지 않도록 유지하는 기법이다. 이 책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은 작은 가게가 하나 둘 사라져 간다. 이제 대부분 대형 체인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나도 미국에서 돌아온 뒤 한국에서 작은 가게의 온기를 느끼려고 무척 노력해 보았다. 하지만, 동네에 작은 가게들은 3년을 넘기지 못하고 다른 샵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누구나 느끼는 점이겠지만, 대기업 중심의 사회는 그리 건강하지 못하다. 일인 기업이 소위 물장사/ 옷 장사/음식점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로 발전할 때 나라가 건강한 사회로 바뀌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작은 가게에서 많은 사람들이 온기를 느끼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대기업이 그 공간을 밀고 들어설 수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테라로사가 크게 성장하기 전 알게 되어 늘 서로 안부를 묻곤 하던 바리스타들이 무척 그립기도 하다. 미국의 소도시의 작은 가게에서 느꼈던 온기를 한국에서도 그대로 느꼈던 그 시절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