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좋아하거나, 라이카를 알게 된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 매료된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렇다. 그래서 라이카 M10으로 ‘라이카 월드’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가장 먼저 추가하고 싶었던 라이카 카메라가 바로 라이카 필름 카메라였다. 뭐랄까, 진짜 라이카는 필름 카메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약 1년 뒤 라이카 M7을 첫 필름 카메라로 구매했다.
막연하게 필카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기에 A 모드가 있는 M7이 나에게 잘 맞는다고 생각되었다. 또한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수동 라이카를 마치 AF 되는 카메라처럼 빨리 찍기 위해 노력했던 터라, 노출을 일일이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냥 포인트하고 초점 맞추고 찍으면 카메라가 알아서 노출을 맞추어 주는 M7 이 너무 좋았다.


[나의 첫 라이카 필름카메라 M7 과, 당시 M7 이 자동으로 노출을 맞추어 주어 찍은 필름사진 (Kodak Portra 400, Portrait shot)]
필름 사진이 이렇게 쉬워도 될까? 싶을 정도로 M7으로 찍은 사진은 다 예뻤다. 하지만, 어느 순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처럼 완전 기계식 라이카 필카에 대한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다, 지인이 갖고 나온 라이카 MP 를 만난 순간 아찔함을 느꼈다. 완전 기계식 카메라라는 점 외에도 뭔가 와인딩 레버부터, 와인딩 할 때마다 느껴지는 묘한 텐션, 소리, 셔터 음 등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아마 그다음 날 라이카 매장에 가서 Leica MP를 구매했던 것 같다.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나의 MP를 만났다. 이미 M7을 오랫동안 사용할 마음에 Skin까지 커스텀으로 교체했기에, MP는 기추를 하기로 했다. (물론 나중에 M7을 처분하고 M6를 추가했지만 말이다.)
라이카 MP는 무엇이 특별할까? 이건 말로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10장 이상 MP로 사진을 찍어본다면 직감할 수 있다. 이 카메라를 머리에서 떨치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이다. 말로 설명하기 너무 어렵지만 억지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은 매력을 느낄 수 있다.
1) 블랙페인트와 상판 각인에서 오는 묘한 매력
2) 라이카 고유 폰트가 보이는 필름 카운트
3) 미끈하게 빠진 와인딩 레버
4) 천천히 와인딩 레버를 감을 때 느껴지는 묘한 텐션
5) 와인딩 레버를 빨리 감고 완전히 당긴 뒤 확 놓을 때 느껴지는 박력 (소리)
6) 저속 및 고속에서의 셔터 음
뭐랄까, 라이카 M6의 셔터 음이 “툭” 하고 가볍게 떨어지는 느낌이라면, MP는 약간 “퉁”에 가까운 소리가 난다.
7) 역광에도 White out 현상 없이 쾌적한 광학 파인더
8) 시원한 시야
9) 원형으로 돌리는 필름 리와인딩 레버 (서서히 텐션이 높아지다가 툭~하고 풀리는 그 느낌..)
10) 필름 ISO 레버 : 처음에는 도저히 돌리기 어려웠지만, 서서히 감을 잡고 나서 원하는 ISO를 쉽게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절대로 그냥 돌아가지 않는다!
등이 라이카 MP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읽어도 도저히 매력을 느낄 수 없다. 라이카 MP는 적어도 열 장 이상 직접 찍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다만 미리 경고하자면 이렇게 하면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강을 건너게 된다!
자 그럼 라이카 필름 카메라가 마음속에 훅 들어온 모든 사람들에게 ‘라이카 MP’를 미리 축하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