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카메라를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갑자기 중형 필름 카메라의 유혹이 찾아온다. 35mm 포맷의 full frame 필름 카메라도 디지털 사진에서 느끼지 못한 감동이 있는데, 120 포맷의 중형은 어떤 느낌일까? 3.6 배(핫셀 기준) 정도 큰 사이즈로 찍은 필름 사진의 느낌은 어떻게 다를까? 이런 고민을 하다 어느덧 마미야나 핫셀을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그랬다. 핫셀이 어느 순간 마음속에 훅 들어왔고, 이걸 떨치기 위해서는 찍어보는 것 외에 해답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름을 감을 때부터 긴장감이 가득했다. 이렇게 로딩하는 것이 맞을까? 12장 밖에 찍을 수 없는데, 12장 모두 잘 나올까? 그런데 뭐든 그렇듯, 한 롤을 찍으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기도 한다.

소설가 박영님의 프로필 사진을 찍은 사진이다. 핫셀 503cw 와 Kodak Portra 400 필름을 이용해 찍은 사진이다. 초점도 살짝 나갔고, 노출도 살짝 아쉽지만 사진 결과는 35mm 필름에서 느끼지 못했던 중후한 매력이 느껴졌다. 분명 F/5.6으로 조여서 찍었지만, 심도도 얕아서 아무 미세하게 초점이 나가도 확 틀어진 것처럼 보였다.
좌우의 상도 바뀌어 보이기에 수평 수직을 맞추는 것부터 도전이다. 엄청 부피도 크고, 무거운 카메라라 삼각대 없이 핸드헬드 촬영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번 결과가 머리에 각인이 된 뒤에는 계속 찍고 싶어진다. 사악한 필름 가격만 아니었다면 아마 메인 기종을 중형 필름으로 작업했을지도 모르겠다.



2021년 10일 정도 한파가 이어졌을 때 핫셀을 들고 한강으로 향했다. 체감 기온은 영하 20도 보다 낮은 상황에서 핫셀로 초점을 맞추고 노출 측정하고 사진을 찍는 과정이 무척이나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2021년 이날 이후 다시는 한강이 이렇게 꽁꽁 언 적이 없다. 어쩌면 이제 영영 그럴지도 모른다. 이런 기록적인 상황에서 핫셀로 기록한 이 사진이 난 너무 좋다.

<며칠 전 가장 추웠던 날 살얼음이 언 한강>
어제 대전에서 올라온 이준 님과 함께 핫셀 503cw 인터뷰 영상을 촬영했다. 라이카 M6 유저가 바라본 큰 ~ 필름 카메라는 어떨까? 곧 영상으로 소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