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필름 카메라 (x100v) 그리고 라이카

내가 후지필름 카메라를 사용했던 건 순전히 라이카 대신이었다. 아주 오래전 캐논 유저였던 나는 어느 순간 라이카가 마음에 훅 하고 들어왔고 엄청난 진입장벽(가격 등)에 가슴 앓이를 하다가 라이카와 닮은 후지와 사랑에 빠졌다. 물론 자세히 보면 많이 다르지만 눈동자의 초점을 흐리고 보면 라이카 판박이다.

후지 카메라는 필름 시뮬레이션이 너무 재미있었다. 내가 후보정으로 만들 수 없는 색을 척척 쉽게 만드니 이보다 더한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라이카에 열정이 식지 않아 결국 후지필름 카메라 + 보이그랜더 조합으로 한동안 사용하다 결국 후지 + 라이카 렌즈 조합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렌즈까지 라이카 조합으로 만들었지만 결국 라이카 카메라에 대한 지름신을 물리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렇게 나는 라이카 유저가 되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후지 및 캐논 투바디 및 다양한 렌즈를 사용했던 예산을 몰아 처음부터 라이카를 사용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도 든다.

후지필름 카메라 라이카

<6년전 라이카 카메라 + 후지에 라이카 렌즈 조합 2대의 카메라가 한동안 내 카메라 가방에 있었다!>

그러다 아이러니하게도 라이카 M10 및 다양한 라이카 카메라를 즐기다 후지가 너무 생각나서 후지필름카메라 x100v를 구매하기도 했다. x100v는 환산 35mm 렌즈에 초점거리도 짧아 정말 재미난 카메라다. 원래는 4K 영상을 메인으로 사용하려고 구매했는데 사용해 보니 영상 쪽은 소니가 월등히 편리했다. 결국 x100v의 포지션이 애매해서 일 년 정도 사용하다 다시 판매하게 되었지만 지금도 x100v는 종종 생각난다.

후지필름 x100v 카메라로 찍었던 다양한 사진들을 올려본다.

후지의 필름 시뮬레이션은 확실히 재미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과한 색감보다는 중립적인 색감이 좋아진다. 특히 내 경우는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색감을 추구하게 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x100v의 RAW 촬영은 라이카에 가까운 느낌을 만들어 주었다.

내 주변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만난 후지카메라 유저들을 보아도 많은 경우 라이카를 꿈꾸거나 병행해서 사용한다. 과거 후지 유저로서 라이카와 후지의 차이를 설명하자면 ‘시선’이라고 답하고 싶다. 라이카는 렌즈에 따라 최소초점거리가 70cm~1M 정도 있는 RF 수동 카메라이다. 반면 후지는 접사촬영까지 가능하며 AF가 되는 카메라이다. 이런 차이 때문에 피사체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그 결과 라이카로 찍은 사진은 후지와 묘~하게 다르다. 렌즈의 표현력에서 오는 기술적인 차이를 제외하면 대부분 차이는 사진을 찍는 사람의 시선 때문에 생긴다.

라이카 M10 으로 찍은 다양한 사진들을 올려본다.

물론 후지카메라로도 수동설정을 해서 사용할 수 있고 또 70cm ~ 1M 최소 초점거리 제약이 있다고 상상하며 비슷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참 묘~하다. 가능한데 일부러 제약이 있다고 상상하는 상상력이 부족하다. 즉 되는 기능을 무시하기 어렵단 뜻이다.

이 때문에, 후지와 라이카 모두 각각 기기가 주는 장점, 단점 혹은 제약 상황을 잘 파악하여 사용하면 같은 사람이 찍더라도 다른 느낌의 사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딱히 결론을 내려고 쓴 글은 아니지만, 내가 시사하고 싶은 이야기는 후지는 라이카를 대신할 수 없다. 또 라이카도 후지를 대신할 수 없다. 각 기기별 끌리는 점이 있다면 해당 카메라를 구매해서 즐기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참고로 최근까지 후지 유저였다가 라이카 M10R 로 사진생활을 즐기기 시작한 조채은 Photogapher 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소개해 본다.

Leave a Reply

Discover more from The Life

Subscribe now to keep reading and get access to the full archive.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