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크론 vs 룩스 – 라이카 50mm 렌즈 비교

상위 렌즈라고 반드시 좋을까?

적어도 라이카 렌즈는 상위 렌즈라고 반드시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이번 포스팅은 라이카 렌즈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번에 라이카 M10-P를 구매했습니다. 50mm 렌즈를 보고 있는데, 한방에 가장 좋은 렌즈를 구매하려고 합니다. 녹티룩스와 룩스렌즈 중 어떤 렌즈를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독자 질문 중에서

사람들은 나에게 종종 라이카 카메라 및 렌즈 구매선택에 대한 질문을 한다. 그중 다수의 질문은 위와 같다. 어떤 렌즈가 더 좋은지 선택해 달라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참 난감하다. 꼭 상위 렌즈 혹은 더욱 밝은 렌즈 혹은 최신 렌즈라고 반드시 더 좋은 렌즈라고 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설명을 영상으로 남겨 보았다.

라이카 렌즈는 조리개의 밝기에 따라서 이름이 다르다. 예를 들어 F/1.4의 밝기라면 Summilux(줄여서 룩스), F/2의 밝기라면 Summicron(크론), F/2.5 등의 밝기라면 Summarit(주마릿), 그리고 가장 밝은 렌즈인 F/0.95 렌즈는 Noctilux(녹티) 라고 부른다. 카메라 제조사별 플래그십 모델이 있는데 바디 뿐 아니라 렌즈 또한 플래그십 렌즈가 있다. 예를 들어 캐논의 경우 L 렌즈가 프리미엄 렌즈에 해당하며 소니의 경우 G 마스터 렌즈가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라이카도 좀 더 밝은 렌즈가 가격도 비싸고 광학적으로 우수한 렌즈이다. 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캐논의 일반 렌즈를 사용하다가, L 렌즈를 사용하면 신세계를 경험한다. 보케도 아름답고, 빠르고 정숙하고, 색수차도 거의 없고 좋은점 투성이다. 따라서 캐논을 사용할 땐 L 렌즈를 구매하면 같은 화각대의 일반 렌즈가 전혀 그립지 않았다.

하지만, 라이카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나도 라이카를 처음 시작할 때, 크론을 사용했었다. 그러다. 예산을 더해서 크론을 정리하고 룩스로 업그레이드를 했다. 좀 더 밝은 렌즈가 필요했고 크론->룩스를 업그레이드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룩스를 한동안 사용해 보니 예상을 뒤집고 크론이 다시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룩스를 정리하고 싶단 뜻이 아니다. 룩스도 그만의 매력이 있고 너무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크론과 조금 다른 매력의 룩스 때문에 그런지 크론을 다시 구매하고 싶어진다.

룩스 vs 4세대 크론 라이카 렌즈
Leica M10, Summicron-M 1:2/50 (4세대)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라이카 렌즈는 세대별 개성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그러니까, 가장 최근 생산된 렌즈(현행렌즈라 한다)와 바로 이전에 생산되던 렌즈가 조금 다르단 뜻이다. 특히 50mm 크론의 경우 현행과 그 바로 이전 세대가 asph 기술이 적용되었는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그 결과 느낌은 전혀 다르다. 적어도 내게는 다르게 느껴진다.

현행이든 그 이전 세대의 크론이든 색수차는 거의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좋다. 하지만, 플레어, 고스트, 할레이션 등 광학적인 억제 효과가 없어 발생하는 렌즈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위 사진은 4세대 크론(현행 바로 전 세대)으로 찍은 사진이다. 일단 플레어가 발생했고, 빛이 사진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듯 약간의 할레이션도 느껴진다.

슬라이드필름 라이카 렌즈 룩스 vs 크론
Leica MP, Summicron-M 1:2/50 (4세대) | 코닥 엑타크롬 슬라이드 필름

이런 현상은 디지털 사진뿐 아니라 필름 사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역광에서 찍은 위 사진은 자전거 주변으로 빛이 감싸듯 보이는데, 이는 4세대 크론으로 역광을 찍었을 때 쉽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반면 현행 룩스로 이런 사진을 찍는다면 훨씬 선명하게 보이지만 빛이 감싸는 듯한 느낌은 낼 수 없다.​

상위 렌즈이지만, 하위 렌즈(급 나누기를 억지로 한다면) 보다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이다. (물론 광학적으로는 더욱 뛰어난 성능의 결과이지만) 또한, 크론은 룩스보다 훨씬 진한 채도를 보여준다.

라이카 렌즈 룩스 vs 크론 필름사진
Leica MP, Summicron-M 1:2/50 (4세대) | 코닥 엑타크롬 슬라이드 필름

이 사진은 어쩌면 4세대 크론으로 찍었기에 좀 더 진한 가을의 느낌을 잘 살린 것이 아닐까 싶다.

라이카 크론 4세대
Leica M10, Summicron-M 1:2/50 (4세대)

위 사진도 전형적인 4세대 크론의 느낌이다. 진한 채도에 할레이션, 플레어 등이 고르게 발생했다. 사실 난 이런 효과를 무척 좋아해서 억지로라도 만들고 싶은데 현행 룩스로 이런 느낌을 만드는 건 정말 힘들다. 광학적으로 다양한 왜곡 현상을 억제하는 능력이 좋아도 문제인 것이다.

반면 크론보다 룩스로 찍어서 좀 더 강조하고 싶은 순간도 있다.

라이카 현행 룩스 렌즈
Leica M10, Summilux-M 1:1.4/50 asph

예를 들어 위와 같은 사진은 차라리 룩스로 찍어서 깨끗하고 선명한 느낌을 강조하고 싶은 사진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두 렌즈의 보케 느낌도 매우 다르다. 만일 내가 좀 더 밝은 조리개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나는 크론 취향이다. (물론 룩스도 무척 좋은 렌즈라 생각하고 지금도 룩스를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라이카 M 카메라를 이제 시작했다면 렌즈 선택의 폭을 조금 넓혀보자. 크론/룩스가 가장 유명하지만, 라이카 렌즈 중 나쁜 렌즈는 없다. 종종 주마릿이다. 엘마, 주마론 등으로 찍은 사진이 룩스나 녹티로 찍은 사진보다 더 좋은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의사결정의 포인트는 더 비싼 렌즈/프리미엄 렌즈가 아니라, 나에게 잘 맞는 렌즈가 무엇일지 고민하고 결정해 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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